posted: June 18th • 23:41 4 notes • Reblog
흉터 - 김경미
하루 종일 사진 필름처럼 세상 어둡고
몸 몹시 아프다
마음 아픈 것보다는 과분하지만
겨드랑이 체온계가 초콜릿처럼 녹아내리고
온 몸 혀처럼 붉어져
가는 봄비 따라 눈빛 자꾸 멀어진다 지금은
아침인가 저녁인가 나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
빈 옷처럼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
개나리 진달래 목련
온갖 꽃들이 다 제 몸을 뚫고 나와 눈부시다
나무들은 그렇게 제 흉터로 꽃을
내지 제 이름을 만들지
내 안의 무엇 꽃이 되고파 온몸을 가득
이렇게 못질 해대는가
쏟아지는 빗속에 선
초록 잎들이며 단층집 붉은 지붕들이며
비 맞을수록 한층 눈부신 그들에
불쑥 눈물이 솟는다 나 아직 멀었다
아직 멀었다
*
오래전에 어디선가 한 번 읽은 건데 어쩌다 생각이 나곤 했었다. 오늘 갑자기 제목이 기억나서 검색해봤다. 가끔씩 떠오르는 건 ‘하루 종일 세상 어둡고 몸 몹시 아프다 온 몸 혀처럼 붉어져 나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’ 이렇게 였는데 지금보니 띄엄띄엄이네. 그런데 난 왠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대로가 더 좋다.
+ 0Hana-bi, scene - Joe Hisaishi, Ever Love (by InfinitoAbismo)
하나비에서 아내는 대사도 없고 다른 이들과 교류도 없어서 나만 볼 수 있는 동화 속 요정같은 느낌이다.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없어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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